나의 작은 문학의 마을/아름다운 시 낭독

[스크랩] 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생진/낭송 이혜정

CaptainLee 2009. 12. 12. 08:44

 

  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 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서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혼자 등대 밑에서 코를 곯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술을 좋아하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놓아주었다.

 

 삼백 육십오일 두고두고 보아도

 성산포하나 다보지 못하는 눈

 육십 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또 기다리는 사람.

 

출처 : 찬양이 있는 풍경
글쓴이 : 나팔꽃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