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 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서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혼자 등대 밑에서 코를 곯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술을 좋아하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놓아주었다.
삼백 육십오일 두고두고 보아도
성산포하나 다보지 못하는 눈
육십 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또 기다리는 사람.
출처 : 찬양이 있는 풍경
글쓴이 : 나팔꽃 원글보기
메모 :
'나의 작은 문학의 마을 > 아름다운 시 낭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목마(木馬)와 숙녀(淑女) (0) | 2009.12.12 |
---|---|
[스크랩] 커피 한잔으로 당신을 그리는 밤 (0) | 2009.12.12 |
[스크랩]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도종환 /낭송 이혜정 (0) | 2009.12.12 |
[스크랩] 별 헤는 밤 / 윤동주 / 낭송 이혜정 (0) | 2009.12.12 |
[스크랩] 詩 / 파블로 네루다/ 낭송 이혜정 (0) | 2009.1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