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문학의 마을/아름다운 시 낭독

[스크랩] 뼈저린 꿈에서만 / 전봉건/ 낭송 이혜정

CaptainLee 2009. 12. 11. 09:33

      뼈저린 꿈에서만 / 전봉건/ 낭송 이혜정 그리라하면 그리겠습니다 개울물에 어리는 풀포기 하나 개울 속에 빛나는 돌멩이 하나 그렇습니다 고향의 것이라면 무엇하나도 빠뜨리지않고 지금도 똑똑하게 틀리는 일 없이 얼마든지 그리겠습니다 말을 하라면 말하겠습니다 우물가에 늘어선 미루나무는 여섯 그루 우물 속에 노니는 큰 붕어도 여섯 마리 그렇습니다 고향의 일이라면 무엇하나도 빠뜨리지않고 지금도 생생하게 틀리는 일 없이 얼마든지 말하겠습니다 마당끝 큰 홰나무 아래로 삶은 강냉이 한바가지 드시고 나를 찾으시던 어머님의 모습 가만히 옮기시던 그 발걸음 하나하나 나는 지금도 말하고 그릴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애써도 한가지만은 그러나 아무리 애써도 그것만은 내가 그리질 못하고 말도 못합니다 강이 산으로 변하길 두 번 산이 강으로 변하길 두 번 그러고도 더 많이 흐른 세월이 가로세로 파놓은 어머님 이마의 어둡고 아픈 주름살 어머님 꿈에 보는 어머님 주름살을 말로 하려면 목이 먼저 메이고 어머님 꿈에 보는 어머님 주름살을 그림으로 그리려면 눈앞이 먼저 흐려집니다 아아! 이십 육년 뼈저린 꿈에서만 뫼시는 어머님이시여
출처 : 찬양이 있는 풍경
글쓴이 : 나팔꽃 원글보기
메모 :